시간을 봉인하는 작업..

원하지 않으니 부족한 것이 없다

記行

곰배령의 가을

恩彩 2022. 12. 25. 22:09

 

Greenfield-Susan_Jacks

 

 

 

 

 

 

 

2022.10.29 두번째 홀로여행

가을도 가고 없을 곰배령을 올랐다. 

무엇을 바라고 오른것도 아니다. 그냥 일상탈출이 목적이라면 목적이었다. 
지금쯤이면 가을도 가고 없을것이고 
천상의 화원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야생화를 바라지도 않았다. 

새벽 첫 버스를 타고 잠실로 달렸다. 늦는것 보다는 추위에 떨지라도 내가 기다리는 것이 났기에 
너무 일찍 서두른 탓에  거의 1시간여를 기다려 곰배령을 향한 버스에 올랐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기온차로 인해 새벽 여행길은 안개에 쌓여 있었다. 그래 이런거야...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음악을 들으며 안개에 쌓인 차창밖을 바라보며 제대로 일상으로의 탈출을 느낄수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첫 휴게소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또다시 목적지를 향한 버스는 전속력으로 달려 갔다. 
첫번째 여행이었던 고군산군도 여행에 비해 이번여행은 

단지 곰배령 정상까지만 올랐다가 내려오는 비교적 단순한 여행이라 
마음은 그리 분주하지 않았다. 드뎌 목적지에 도착...

 
등산로 입구에서 어느 착한(?)농부님의 선심으로 같이 한 일행들은 사과 1개씩을 받아들고 산으로 향했다.
내려오는 버스안에서 가이드님이 내내 일러주시던.. 
첫번째 쉼터까지는 오솔길이 이어지고 1시간 20분가량 소요, 난이도는 20%~ 
이어서 두번째 쉼터 까지는 40분 소요, 난이도는 40%~
두번째 쉼터부터 정상까지는 1시간가량 소요, 난이도 80%~ 
총 3시간 가량을 올라야 하는 곰배령...

 
곰배령을 오르는 길은 두 곳이 있다고 한다 

진동리쪽에서 오르는 길이 비교적 수월하기는 하지만 

산림청에서 관리를 하는 지라 단체예약이 되지 않아서 
우리는 국립공원에서 관리한다는 귀둔리에서 곰배골로 오르는 길을 올라야 했다. 


오르면서 내내 계산을 했다. 3시간을 오르고 내려오는데 2시간 가량... 

그렇다면 몇시 몇분쯤에 터언을 해야 하는지...

가도 가도 나오지 않던 첫번째 쉼터.. 

카메라와 핸드폰을 양손에 잡고 사진을 담아대며 오르고 올랐다.
길은 오솔길이라는 가이드님의 설명대로 그다지 힘들지 않고 무난했다. 

드뎌~ 첫번째 쉼터가 나오고 나서부터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부터 난이도 40%...
가도 가도 안나온다 두 번째 쉼터가... 

체력은 고갈이 나고 허기도 지고 물은 떨어지고 사진을 담아 댔더니 핸드폰도 전원이 꺼져 버렸다. 
마침 입구에서 받아 두었던 사과 한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고 껍질째 씹어 먹었다. 살것 같았다...

핸드폰도 사망했으니 이제는 카메라만 손에 들고 산에 오기전 옆지기가 사준 스틱을 챙겼다. 

처음  스틱을 사용해 봤는데... 
정작 사용하기 전에는 저 귀찬은걸 왜 거추장 스럽게 들고 다니지 했다. 

옆지기가 거금을 들여 사주는데도 난 속으로 저걸 사용이나 하려나... 했다. 
왠~걸~~~ 이래서 이누메 스틱이라는 것이 그렇게 비싼거구나 했다...ㅋㅋ
이 딴게 이렇게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구나... 

내가 받을 고통의 반을 스틱이란 녀석이 감당해 냈다. 아니 옆지기가 줄여 주었다...ㅋ


핸드폰이 사망해서 시계를 계속 들여다 보며 반환점을 잡아야 했다 내려 가는 시간을 남겨 놓고 반환점을 돌아야 했다. 
신기했다 스틱 때문인가.. 이대로라면 정상을 보고나도 시간이 30분 가량 남을것 같았다. 

그래~  스틱도 있겠다 정상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두번째 쉼터 부터는 카메라고 뭐고 다 집어 넣고 무작정 오르기만을 했다.
솔직히 새벽에 나서면서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정상... 드뎌 올랐다...

 

사진은 몇장만 담기로 했다. 곰배령석 앞에서 줄서서 사진은 담지 않기로 했다. 

가이드님의 당부가 아니라 해도~

10월 끝자락의 점봉산 곰배령의 정상...
날씨가 순간순간 돌변하고 있었다. 갑자기 옆지기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정상에 거의 오르면 덥더라도 옷을 꽁꽁 동여매고 장갑,목도리도 챙기고...

시계를 보며 하산을 서둘렀다. 만날시간을 어기면 안된다...
20여분을 내려 왔을까.. 문득 시계를 보고는 깨달았다.
시간 계산을 잘못 했음을...ㅠㅠㅠㅠㅠㅠ


핸드폰이 사망했으니 연락할길이 없다. 

지나는 등산객의 전화를 빌린다 쳐도 가이드님의 전번을 알길이 없었다.
스틱도 카메라도 모두 가방에 우겨넣고 달렸다. 다리는 풀려서 휘청 휘청..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방풍기능이 있는 옷에 땀이 배출이 안되고 속옷은 온통 축축하게 젖어 소금이 서걱서걱...
도저히 더이상 다리가움직여 지지않을 지경까지 달렸다.
나 때문에 배고픔을 참으며 기다리고 있을 30여명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하산 후 모여서 늦은 점심을 하는 일정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내 눈을 의심했다. 내 정신도 의심했다. 주차장이 아마 여기가 아니었을 거야.
이리저리 정신놓고 뛰어다녀 봤지만 버스는 없었다. 내가 타고 왔던 관광버스...


해는 져가고 집으로 돌아 갈것을 생각했다. 어떻게 가지? 배는 고프지도 않았다..
택시는 있을까? 시외버스 정류장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안에 집에 못가면 어쩌지?
한참을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등산안내소가 있었다 

저 곳에서 급한대로 충전기를 꽂아서 가이드님께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충전을 부탁했다. 
한데 그곳에 있는 충전기는 충전이 되지를 않았다. 아니 충전속도가 느린것이었지만 내게는 충전이 안되는 것이었다. 
가이드님 전번만 알면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릴수도 있겠는데 그것도 안된다 전화가 켜지지를 않는다.

충전율은 계속 1%...ㅠㅠㅠㅠㅠㅠ

옆지기나 아들한테 전화를 하면 당장이야 달려 오겠지만... 그 뒤를 생각하면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우선은 홀로여행이 금지를 당할것은 불을 보듯 뻔~ 했다.  
우리 식구중 어느 누구도 모른다. 그날의 사건을.... 어쨌든 그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고~

그때 안내소인지 관리소인지 직원이 얘기를 한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면 되지만 
시외버스는 하루에 두번 운행을 하고 아마도 지금쯤이면 두번째 버스도 떠났을 것이고 

그것도 미리 하루전에 예약을 해야 한단다...(그럼 뭐하러 얘길 하남..)
정말 최악의 선택을 해야만 하나... 하고 있는데
그 옆에 소장인듯한 직원이 저기 서울가는 버스한테 가서 빈자리 있으면 좀 태워 달라고 하란다.
주차장으로 달렸다. 

다른 여행사 버스가 2대가 있었다. 

1대는 만원이라 자리가 없고, 다행히 1대가 한 자리가 비어 있다고 했다. 
나는 사정을 이야기 하고 부탁을 했다.  감사하게도 승락을 받고 그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그 버스는 서울쪽이 아닌 안성쪽 방향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내가 집으로가는 교통수단을 환승할 수 있는 곳까지만 가기로 했다.

날은 어둑하고 산을 달려 내려오며 쏟았던 땀으로 젖은 옷은 꿉꿉하고 몸은 지치고 피로감이 엄습을 했다.
그렇게 달리던 버스가 마지막 휴게소라며 가평휴게소에 정차를 하고 잠시의 시간을 주었다. 

고속도로는 밀리고 날은 어둡고 목적지까지는 긴긴시간이 될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니 오늘 안에는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몇시간 전의 그 황당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생각했다.
볼일을 보고 버스로 돌아오는데 왠지~ 낯이 익은 버스가 몇몇칸 옆에 있다. 

이상한 생각에 가까이 까지 가서 보았다.

이런 세상에....
나를 버리고 간 버스였다.
나는 다시 짐을 챙겨 나를 버리고 간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잃어버리고 온 일행을 다시 찾아서 같이 돌아가게 되었다는 가이드님의 안내 방송에...
강남에서 내릴때까지 몇차례 가이드님의 안내방송에 사람들은 웃으며 박수를 쳤다. 

같이 돌아오게 되어서 기쁘다는 박수를...
말이 없던 옆자리 딸같은 아가씨도 나를 위로했다. 

휴대용 베터리 하나 가지고 다니시라고.. 

옆 줄 좌석의 아주머니도 빵을 건네신다 점심도 못먹지 않았냐시며..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연락이 된다면 기다리는데...
연락은 두절되고 밤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사람들은 점심을 굶고 있고 돌아갈 일정은 바쁘고...
30분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들이 떠나고 10여분만에 나는 내려 왔고... 
어쩌겠는가.. 나의 계산 착오로 인해 참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끓였던 하루와 여행이었다.

그날 돌아 오자마자 나는 휴대용베터리와 자그마한 수첩 하나를 샀다.
그리고 그 수첩에는 내가 아는 여행사 가이드님들 전화번호를 모두모두 적어 두었다.
디지털문명의 폭망상태를 예방하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어낸 2022년 10월의 곰배령여행기 끄~~~~읕!!!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달려서...

 

 

 

 

첫번째 휴게소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바늘꽃...

 

 

 

가을이 지나간 길목에 서서...

 

 

 

첫번째 휴게소... 여기 까지는 수월한 오솔길이었습니다.

 

 

 

첫번째 휴게소가 있던 곳... 해발 752m...

 

 

 

남아 있는 가을을 만나고...

 

 

 

예쁜 가을의 잔흔....

 

 

 

드뎌~ 두번째 쉼터 입니다  이 곳 부터는 죽음의 산행이지요. 이후부터는 정상까지 사진이 없습니다 카메라며 모두 접어 넣고 오직 오르기만 했습니다.

 

 

 

두번째 쉼터가 있었던 곳...  해발 916m... 이곳부터는 거의 80도의 산행길이었습니다.

 

 

 

 

얼마나 올랐을까... 드뎌~ 수평의 능선이 나타났습니다. 정상이 눈앞에 있었지요

 

 

 

 

 

 

 

 

해발 1036m.... 드디어 정상 입니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입니다

 

 

 

 

 

 

 

 

 

 

 

 

 

 

 

 

 

 

 

 

 

 

 

 

 

 

 

 

 

 

 

 

 

 

 

 

 

 

 

 

정상의 날씨는 정말 변화무쌍 합니다

 

 

 

 

 

 

 

 

 

 

 

 

 

 

 

 

 

 

 

 

 

 

 

 

 

 

 

 

 

 

 

 

 

 

 

 

 

 

 

 

하산길의 곰배령....

 

 

 

 

 

 

 

 

 

 

 

 

 

 

 

 

내려 앉은 가을... 이 후부터는 사진이 없습니다. 시간계산을 잘못함을 깨닿고, 모든 것을 접은 채 달려서 하산을 해야만 하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