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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는 글

무밥

恩彩 2012. 2. 13. 15:35

 

 

 

 

 

 

 

 

 

 

 

 

 

 

 

 

 

밤새 불 밝혀 맞이한
새벽 저 둥근 달이
서리 맞은 무 한뼘 베어 놓은것 같아
무밥 먹고 싶다

 

초겨울같이 내놓은 손 시리고 입도 굳고 귀도 붉어
저 달을 채썰어 솥바닥에 넣고 내 가슴에 쌀을 안친다

푸른하늘의 파 숭숭 썰어넣는다
흰구름의 마늘 곱게 다져넣는다
아침 붉게 떠오르는 고추가루 햇살 살짝 뿌려넣는다
향긋한 마음의 참기름을 섞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조선간장에 비빈다

 

저 무채가
핏기 다 빠져나가고 흐물흐물해진 당신의 팔다리 같아
한술 뜨니 울컥 눈물이 씹힌다

그렇다 무밥은 눈물과 같이 먹어야 옳은 법이다
뒤주의 바닥 끍는 소리 나고 찬장 속이 텅 비어서
오늘 환하게 기억 되새김질 하는 저 새벽달이
그때 먹은 무 한조각 같아서 서러워 눈물날것 같더니
금세 어두워진 먹장 하늘에서 무밥같은 소낙비 쏟아지겠다

 

 

김종제 -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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