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노래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바뀐 국민학교 3학년까지를 시골의 할아버지집에서 다녔다
할아버지 집 대문에서 꽃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당이 있는 곳까지 들어서려면 대문입구에서부터 하늘을 가리고 있는 울창한 청포도나무 숲을 지나야 한다 수령이 지급 생각하면 한 500년은 되었지 싶다 당시의 내가 두팔을 벌려 끌어안으면 겨우 두 손이 마주 닿을 정도 였으니까~
여름만 되면 무슨 벌레인지 알수없는 어른의 엄지손가락 만큼이나 굵은 무시무시한 뿔달린 연두색 애벌레가 청포도나무 잎에 붙어 머리위에서 기어 다니고 있어 그곳을 지나치려면 어지간한 용기가 필요하곤 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책가방 마루에다 내팽개 치고 곧바로 논과 밭으로 뛰쳐 나간다
메뚜기 잡고 송사리 잡아서 꼬챙이에 줄줄이 아가미 꿰어서 승전보(?)를 울리고 돌아오면 어른들은 "저누메 가시네는 뭐가 될라고 저러노~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어른들의 나무람 소리만 날라 온다
해가 넘어가도록 골목에서는 사내 아이들의 딱지따먹기 구슬치기 놀이가 한창이다 내가 또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온갖 요령과 잔꾀를 불러내어 습득한 전유물로 구슬주머니와 딱지주머니는 한 가득 하다
본능적인 느낌으로 저녁 밥상이 나올 때임을 깨닳으면 후다닥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나의 비밀장소(?)에 전유물들을 감추고는 짐짓 진지하게 숙제공부를 걱정하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따듯한 저녁을 먹고는 숙제장을 들자마자 졸음에 못이긴 채 잠이 들고는 했다
좀 있으면 으례히 날라오는 할머니의 걱정스런 나무람소리와 내게는 언제나 최후의 보루였던 할아버지의 인자한 다독임 소리...이제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리운 소리들이다
화담숲에서 나의 발길을 한동안이나 붙들어 매었던 "추억의장소"에서 그리운 그 옛날의 추억으로 소환당한채 사진담는 것도 있고 있었다
할수만 있다면 꼭 한번 돌아가 보고픈 '기억속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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