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서 있는 한 모습으로
나의 눈을 푸르게 길들이고
물은 흐르는 한 천성으로
내 귀를 바다에까지 열어 놓는다
발에 밟히면서 잘 움직거리지 않는 돌들
간혹,천길 낭떠러지로 내 걸음을 막는다
부디 거스르지 마라, 하찮은 맹세에도
입술 베이는 풀의 결기는 있다
보지 않아도 아무 산 그 어디엔
원추리꽃 활짝 피어서
지금쯤 한 비바람 맞으며
단호하게 지고 있을 걸
서 있는 것들, 흔들리는 것들, 잘 움직거리지 않는 것들,
환하게 피고지는 것들
추호의 망설임도 한점 미련도 없이
제갈길 가는 것들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
정병근-단호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