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먹는다는 것
도로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살아있자
살아있자
살. 아. 있. 자
들뜬 뿌리라도
내려 가면서.....
나무든 꽃이든
다가오는 모든 것에
순응하며
삶의 시간을 영위하는 것
모진 것이 목숨이라해도
하나 뿐인 생의 뿌리
윤회의 터널을 지나가는게 아니라면
버팀목처럼 꿋꿋해야 하지 않는가....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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