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봉인하는 작업..

원하는 것이 없으니 부족한 것이 없다

寫眞斷想

나의 사진은...

恩彩 2011. 9. 4. 17:22

 

 

 

 

 

 

 

 

 

 

 

 

 

 

 

 

 

 

 

 

 

와온을 갔을때 담았던 사진이다
사실 맨 위의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내고 싶었던 사진이다

와온해변 옆에 두채의 집이 있었는데 그중 한채에 사시는 할아버지
그날 심사위원장님과 와온을 찾았는데 우리를 본 할아버지께서는 계속
우리를 붙잡고 말씀을 하고 싶어 하셨다
처음 우리를 발견하시고는 선듯 말을 거시더니 우리를 놓아주시질 않아서 
더 어두워지기 전에 산위로 올라가 사진을 몇장 담아야겠기에 할아버님께 이따가 다시뵙겠다고 하고는
산위쪽으로 올라 사진을 담고 내려 왔는데 그때까지도 할아버님께서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우리는 그냥 지나쳐 가려 했더니 할아버님께서 "이리로 와서 앉어봐~" 하시며 우리를 불러 앉히셨다
아마도 말벗이 그리우신듯 했다

전에 어느 사진찍는 사람들이 와서 모델을 해달라고 해서 할아버지께서 모델을 서주시어
그 사진이 국전에서 꽤나 큰 상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은 나중에 상받으면 보답하겠다고 하고는
정작 상을 받으니 안면몰수했다시며 씁쓸히 웃으신다
우리에게도 모델을 서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왠지..
내가 죄송스러운 마음에 사양을 했다

 


위의 사진은 할아버님께서 산위로 오르는 우리와 헤어져 돌아서시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담은 것이다
엉겹결에 담느라 촛점도 맞지가 않았고 노출도 맞출사이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사진의 느낌이 너무 좋다
할아버지의 굽은 등위로 나타나는 뼈마디.. 그리고 굽은 허리를 지탱하고 계시는 곡괭이자루와 슬리퍼..
그리고 휘어진 뒷모습이 주는 선듯 설명이 어려운 이 느낌...

촛점이나 선예도가 맞지는 않았지만 아니 그런것은 어쩌면 이 사진이 주는 느낌을 반감시키지 않을까하는 나의 생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비력으로 만들어 내는 칼라풀하고 쨍한.. 그런 사진들보다는 사진이 주는 느낌을 중요시 한다
화질이야 좀 떨어지더래도.. 아니 화질이 떨어지는 것이 더 멋이 될수도 있는 사진...
어쩌면 변변치 못한 나의 장비력에 대한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옛날 필름사진 시절에는 선예도가 쨍한 사진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인화를 하고나면 핀이 좀 덜 맞았다고 해서 지금의 디지털사진처럼 쉽사리 버릴수가 없다보니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에 전시회에 출품할 사진을 인화하면서 또다시 흔들리는 사진에 대한 개념 때문에 힘들어 했던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은 그저 찍어다가 웹상에 올리는 일이 고작이어서 원본을 확대해서 화질까지 확인하며 따져본적이 거의 없다
조금쯤 핀이 맞지 않더래도 작은 사이즈로 볼때는 거의다 봐줄만 하다
그런데 원본사이즈로 확대를 해서 보면 핀 안맞은 것이 왜그리 많은지...
그리고 인화를 하는 사진은 하이라이트가 날라가거나 암부가 죽어버린 사진은 그 부분에 잉크가 뿌려지지 않기 때문에
인화를 해 놓으면 사진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전시회 작품은 골라야 하는데
화질을 우선하자니 내가 주장하는 느낌이 없고 느낌을 우선하자니 화질이 엉망이고ㅡ,.ㅜ
그동안 사진을 이렇게 밖에 못했단 말인가...

화질과 느낌을 모두 얻어낸다는것...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닐수 없다
사진은 할수록 어렵다고 언젠가 읽은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이제는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사진을 대해야 할것같다

사진의 장르는 여러가지이다 기록성사진 창작성사진 순수파사진...
나는 아직은 순수파 사진이 좋다
순수파 사진은 그야말로 목적이나 사진이론 주제 뭐 그런걸 떠나서 정말 순수하게 담는 사진이다
아직은 나는 사진을 진정으로 만날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시간도 공부도 주체성도 모든것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저 지금은 진정으로 사진을 만날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는 기대만을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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