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봉인하는 작업..

寫眞은 내가 카메라로 하는 言語 이다.

寫眞斷想

무엇이 더 참기가 어려운가

恩彩 2014. 7. 22. 15:57

 

음악 : 오분향례

 

 

 

 

 

 

 

 

 

 

 

 

어느날 사무실 앞에 날아든 딱새 한마리
우리 사무실 툇마루 천정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너뎃마리 부화시킨 어미새 아니면 아비새이다
하루 왠 종일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두 마리 부모새의 사랑이 참 눈물이 겹다

미물도 저렇듯 애절한데

요즈음 세월호 사건 희생자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갈기 갈기 찢어질 것인가...
처음 사건을 접하고 한 3일간은 밤에 잠을 자면서도 TV를 켜 놓은채 잠을 잤다
혹여 한생명이라도 더 구출했다는 소식이 있을까 하고...
잠결에도 눈이 떠지면 생존자 숫자부터 확인하고 다시 잠들곤 했다

 

지금 내가 집을 떠나와서

아들녀석 회사에서 야간과 주간업무를 번갈아 가며 하는데
사내녀석이다 보니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일하는 것을 생각하면
밤에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다

세월호를 생각하면 이건 아픔이라고 명함도 못내밀겠지만 말이다

 

고통...
사랑하는 자식을 사랑하는 일인데 왜 이리도 고통스러울까 
얼마전 읽은 법구경 발심수행장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

一忍이 長樂이어늘 何不修哉리요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하는데
인도말 '사바'는 감인(堪忍)으로 번역됩니다
감인은 '견디고 참다'라는 뜻으로 참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곳이
이 세상임을 깨우쳐 주고 있습니다
참을 인(忍), 무엇을 참으라는 것인가?

나에게 다가오는 괴로움만이 아니라 즐거운것도 참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 두 가지 중 무엇이 더 참기가 어려운가?

 

괴로움은 나에게 맞지 않는 역경계(逆境界)요 역연(逆緣)입니다
따라서 괴로움은 참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은 나에게 아주 맞는 순연(順緣)이요 순경계(順境界)입니다
따라서 즐거움이 다가오면 참을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맞지 않는 역경계와 역연에 대해서는 싫어하면서도 참기 마련이요
그 역연이 잘못되면 조금도 슬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경계와 순연은 다릅니다 사랑하는 순연의 사람이 조금만 잘못되어도
크게 가슴 아파하고 매우 괴로워 합니다

이처럼 역연이나 역경계보다 이겨내기가 어려운 것이 순연이나 순경계입니다
그러므로 도를 닦는 사람은 역경계보다 순경계를 더욱 조심해야 하고
순연에 빠지지 않도록 한결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

 

 

옛날 성불하겠다는 원을 품은 한 늙은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성불을 꿈꾸며 참으로 열심히 도를 닦았는데 어느날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네 정성이 그토록 지극하니 성불을 할수 있는 길을 일러 주겠노라
그것은 지금부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네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아 곧 염라대왕 앞에 나아갈 터이다 그때 염라대왕이 어떤 시련을
가해도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되느니라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너는 반드시 성불하게 된다"

그날부터 수행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어떤 경우에도 말을 하지 않는 연습을 했습니다
마침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나아갔는데 염라대왕이 어떠한 질문을 하여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모진 고문을 가하면서 말을 하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고통이 있어도 성불하기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수행자는 모진 고문을 다 이겨내었습니다 고문으로는 수행자의 입을 열게 할수가 없음을 안 염라대왕은
인간이 좋아하는 온갖 방법들을 다 동원하였습니다
'말 한마디 하면 앞으로 영원히 부귀복락을 누리게 해 주겠다'는 감언이설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수행자의 의지는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지독한 자로구나 안되겠다 최후의 수단으로 그 말을 끌고 오도록 하라!"

염라대왕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사자들이 암말을 한마리 끌고 왔습니다
"이 말이 누군지 알겠느냐?"
수행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말이 바로 네 어미이다"
놀란 수행자는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네 어미인지 아닌지 어디 한번 보기로 하자 여봐라 시작하여라!"
사자들이 째찍으로 말을 마구 때리니 말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말했습니다
" 아들아 나는 죽어도 좋으니 너는 절대 말을 하면 안된다 절대로..."
그 소리는 바로 어머니의 음성이었습니다 더이상 참을수 없게 된 수행자는 말을 껴안으며 소리쳤습니다
"어머니!"

그 순간 모든것이 사라져버리고 텅 빈 허공에서 부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은애(恩愛)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성불하기는 틀렸구나!"

 

 

이 처럼 역경계를 참는 것보다 순경계를 참는 것이 어렵고

역연보다는 순연을 이겨내기가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마지막 고비만 넘겼으면 수행자는 성불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한순간 복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하여 기회를 놓쳐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원효스님께서는 '한번 참아 긴 낙을 얻는 수행을 어찌 마다하리' 한 것입니다

 

 

 

 

 

 

 

 

 

 

 

 

 

 

 

 

 

 

'寫眞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  (0) 2014.09.30
가을 이별  (0) 2014.09.16
바람에게 길을 묻다 -1  (0) 2014.09.13
망상의 바다  (0) 2014.09.12
비오는 날의 想念...  (0) 2014.06.19
옛날에 옛날에...  (0) 2014.06.04
아픈 이별  (0) 2014.05.13
묘적사의 봄  (0)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