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버린 밤이었다
길을 가면서 길을 물었던 밤이었다
마지막으로 너를 만났던
너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었던
첫눈 내리던 밤이었다
언제나 서서 잠이 든 밤이었다
부랑자들이 서울역 지하도에 모여 잠이 든
정의를 좇다가 사랑을 잃은 한 사제도 깊이 잠이 든
별들도 사라져버린 밤이었다
별들 사이에서 희망조차 필요없었던
내가 마지막으로 별들을 바라본 밤이었다
눈은 갈수록 많이 내리고
내가 사랑이라고 따르던 사람의 눈물조차도
눈발에 죽어버린 밤이었다
정호승 - 겨울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