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봉인하는 작업..

寫眞은 내가 카메라로 하는 言語 이다.

마음에 담는 글 41

나는 한곳을

나는 한 곳을, 한 사람을 오래 보고 생각하고 마음에 두는 버릇이 있다. 다른 많은 곳을, 다른 많은 사람을 동시에 보고 만나는 일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늘 가는 곳을 가고, 만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으나, 마음을 끌지 않는 것에는 제아무리 굉장한 보석이 박혀 있다 해도 나에게는 한갓 차가운 돌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움은 사람을 아름답게한다. 함정임 - 하찮음에 대하여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빗발이 멈추면 나도 멈출까 몰라 .. 이 세상이 멀어서 아직은 몰라 아픔이 다하면 나도 다할까 눈물이 마르면 나도 마를까 석삼년을 생각해도 아직은 몰라 닫은 마음 풀리면 나도 풀릴까 젖은 구름 풀리면 나도 풀릴까 몰라.. 남은 날이 많아서 아직은 몰라 하늘 가는 길이 멀어 아직은 몰라 도종환 -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집을 향하여...

너네 그거 알아 돌아 가고픈데 돌아 갈 곳이 없을땐 날개가 있어도 날개가 아닌것을... 너네 그거 알아 비가 심하게 오기 전 너네는 아주 빠른 움직임으로 자신을 보호 하지만 걸칠것도 쉬어갈 곳도 없을땐 거친 비도 친구 삼아야 하는걸 너네 그거 알아 둥지가 있다는 거 둥지가 없다는 거 그건 중요하지않아 퍼덕거리던 날개를 쉬고파도 내려 앉을 곳이 없는 것을.. 너네 그거 알아 돌아 갈 곳 없는 새는 하늘을 하늘을 떠돌다 바람에 부서지고 태양에 부서져 먼지가 될 꺼란 것을... -옮긴글-

무밥

밤새 불 밝혀 맞이한 새벽 저 둥근 달이 서리 맞은 무 한뼘 베어 놓은것 같아 무밥 먹고 싶다 초겨울같이 내놓은 손 시리고 입도 굳고 귀도 붉어 저 달을 채썰어 솥바닥에 넣고 내 가슴에 쌀을 안친다 푸른하늘의 파 숭숭 썰어넣는다 흰구름의 마늘 곱게 다져넣는다 아침 붉게 떠오르는 고추가루 햇살 살짝 뿌려넣는다 향긋한 마음의 참기름을 섞어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조선간장에 비빈다 저 무채가 핏기 다 빠져나가고 흐물흐물해진 당신의 팔다리 같아 한술 뜨니 울컥 눈물이 씹힌다 그렇다 무밥은 눈물과 같이 먹어야 옳은 법이다 뒤주의 바닥 끍는 소리 나고 찬장 속이 텅 비어서 오늘 환하게 기억 되새김질 하는 저 새벽달이 그때 먹은 무 한조각 같아서 서러워 눈물날것 같더니 금세 어두워진 먹장 하늘에서 무밥같은 소낙비 ..

항아리

조금 깨어져 금이 가고 오래 된, 못 생긴 물항아리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의 주인은 다른 온전한 것들과 함께 그 깨어진 항아리를 물을 길어오는 데 사용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그 주인은 깨어진 물항아리를 버리지 않고 온전한 물항아리와 똑같이 아끼며 사용했더랍니다. 깨어진 물항아리는 늘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온전치 못하여 주인님에게 폐를 끼치는구나. 나로 인해 그 귀하게 구한 물이 새어버리는데도 나를 아직도 버리지 않으시다니… " 어느 날, 너무 미안하다고 느낀 깨어진 물항아리가 주인께 물었습니다. “주인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고 새로운 온전한 항아리를 구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별로 소용 가치가 없는 물건인데요.” 주인은 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물항아리를 ..

새벽이 찬란한 이유

기쁨이 웃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웃음이 우리를 기쁘게 만듭니다. 슬픔이 눈물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눈물이 우리를 슬프게 만듭니다. 행복이 사랑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명예가 정의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정의가 우리를 명예롭게 만듭니다. 재물이 건강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이 우리를 부유하게 만듭니다. 지위가 덕망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덕망이 우리를 높아지게 만듭니다. 평화가 믿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 우리를 평화롭게 만듭니다. 새벽이 태양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태양이 새벽을 찬란하게 만듭니다. -옮긴글-

그만 파라 뱀 나온다

속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어둡다 소란스레 속삭이고 속닥이는 속은 죄다 소굴이다 속을 가진 것들을 보면 후비고 싶다 속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속을 끓이는지 속을 태우는지 속을 푸는지 속을 썩히는지 속이 있는지 심지어 속이 없는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다 속을 알 수 없어 속을 파면 속의때나 속의 딱지들이 솔솔 굴러 나오기도 한다 속의 피를 보기 마련이다 남의 속을 파는 짓들은 대체로 사납고 제 속을 파는 짓들은 대체로 모질다 -옮긴글-

떠나고 싶은자 떠나게 하고...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사랑법

아무도 없다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 이해인 어느 날의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