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봉인하는 작업..

寫眞은 내가 카메라로 하는 言語 이다.

마음에 담는 글 41

장례절차를 알려 드립니다

읍민 여러분 장례 지내는 법을 가르쳐 드리지요-- 한 무리의 예술가들 보다는 여러분이 낫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다 뒤지지 않는다면요-- 여러분은필요한 기본적인 상식은 갖고 있습니다. 보세요! 영구차가 앞장섭니다. 영구차 구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제발 검은색은 쓰지 마세요-- 흰색도 마시고--광택낸 것 쓰지 마세요! 낡은 것으로 하세요--농장 마차처럼-- 도금한 바퀴가 있는 것으로 (이건 약간만 들이면 새로 할 수 있읍니다) 아니면 바퀴는 아예 없애세요. 땅 위로 끌고갈 수수한 마차면 됩니다. 유리창은 다 빼세요! 아니--유리창이라니, 읍민 여러분! 무슨 목적으로요? 고인이 내다보라고 아니면 우리가 그분이 잘 모셔졌나 꽃이 있나 아니면 부족한가를 들여다보려고 둡니까-- 아니면 뭡니까? 비와 눈을 그분에게..

네 명의 아내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입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 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는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과도 같습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합니다. 어느 때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히 거절합니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둘째에게 가자고 했지만 둘째 ..

귀로

온종일 웃음을 잃었다가 돌아오는 골목 어귀 대폿집 앞에서 웃어 보면 우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서로 다정하게 손을 쥘 때 우리의 손은 차고 거칠다 미워하는 사람들로부터 풀어져 어둠이 덮은 가난 속을 절뚝거리면 우리는 분노하고 뉘우치고 다시 맹세하지만 그러다 서로 헤어져 삽짝도 없는 방문을 밀고 아내의 이름을 부를 때 우리의 음성은 통곡이 된다 신경림 - 귀로

다 바람 같은 거야

다 바람 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뜨리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 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

다 그렇고 그럽디다

다 그럽디다 사람 사는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 있다고 해서 하루 밥열끼 먹는것도 아니고 많이 배웠다 해서 남들 쓰는말과 다른 말 쓰는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 치고 살아봤자 사람사는일 다그렇고 그럽디다 다~거기서 거깁디다 백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원이 최고 인줄 알고 그사람이 잘 사는 겁디다 길에 돈 다발을 떨어뜨려 보면 개도 안물어 갑디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 입디다 많이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살아야 한다면 벌지 않는 것이 훨 낳은 인생 입디다 남에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 피 눈물 난다는말 그말 정말 입디다 내꺼 소중한 줄 알면남에꺼 소중한줄도 알아야 합디다 니꺼 내꺼 악 쓰며 따져 봤자 이다음에 황천 갈때 관속에 넣어 가는거 아닙디다 남 녀 간에 잘났네..

너무 똑똑하지도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지도 말고,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너무 침묵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지도 말고,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너무 겸손하면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말이 많으면 말에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 코막 (9세기 아일랜드의 왕) -

살아 있자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먹는다는 것 도로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살아있자 살아있자 살. 아. 있. 자 들뜬 뿌리라도 내려 가면서..... 나무든 꽃이든 다가오는 모든 것에 순응하며 삶의 시간을 영위하는 것 모진 것이 목숨이라해도 하나..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것에서는 얼음이 된다 이렇듯 물에는 자기 고집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에 따른다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강물은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른다 같은 물이면서도 늘 새롭다 오늘 흐르는 강물은 같은 강물이지만 어제의 강물은 아니다 강물은 이렇듯 늘 새롭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죽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살아 있는 것은 이와 같이 늘 새롭다 -옮긴글-

길위에서의 생각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 - 길 위에서의 생각

기다리지 않아도 너는 온다

ysnni one man's dream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봄